
여름이면 어김없이 수박이 마트 진열대 가장 앞줄에 등장한다. 그런데 매년 수박을 고를 때마다 실패하는 사람이 있다. 겉은 예쁜데 속은 물렁하거나 싱겁거나, 심지어 하얀 줄기 부분이 과하게 넓은 경우도 많다.
수박 고르기는 단순히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수원이나 수박 재배 농가에서는 실제로 꿀수박을 고르기 위한 몇 가지 실전 기준이 존재한다. 이 기준은 단순히 ‘두드려서 맑은 소리가 나면 된다’는 식의 낡은 조언이 아니라, 작물 생리와 유통 과정을 이해한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1. 줄무늬 간격이 좁고 대비가 뚜렷할 것
수박의 겉면을 보면 검정색과 연녹색의 줄무늬가 반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줄무늬의 간격과 색상 간의 대비다. 일반적으로 꿀수박은 줄무늬의 간격이 좁고 색상이 확연히 대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수박이 성숙하면서 당이 충분히 축적됐고, 햇볕을 골고루 받은 결과다.
반면 줄무늬 간격이 넓고 흐릿하게 번진 형태는 비가 많이 온 시기 수확됐거나 성숙이 불균일했을 가능성이 크다. 껍질의 상태는 단순한 외형을 넘어서, 과육의 당도와 조직 밀도까지 반영하는 ‘표면 신호’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2. 바닥면 색이 진한 노란색일 것
수박은 땅에 닿는 면에서 햇볕을 받지 못하고 익기 때문에, 바닥면 색상은 숙성의 단서를 제공한다. 꿀수박일수록 바닥면은 선명한 노란색 또는 황갈색을 띠게 된다. 이는 수박이 햇볕을 충분히 받으며 일정 기간 이상 숙성됐다는 신호다.
반대로 바닥이 흰색에 가깝거나 창백한 연노랑일 경우, 숙성이 덜 되었거나 너무 일찍 수확된 수박일 가능성이 크다. 이 차이는 실제 먹었을 때 당도는 물론 과즙의 밀도와 맛의 깊이에서 현격하게 드러난다. 바닥 색 하나로 수박의 퀄리티를 70%는 판가름할 수 있다는 말이 과장만은 아니다.

3. 꼭지의 상태가 갈색으로 말라 있고 오돌토돌한 것
수박의 꼭지는 식물의 생장과 수분 공급의 마지막 관문이다. 과수원에서는 ‘꼭지가 바짝 말랐고, 표면이 거칠게 갈라진 것’을 완숙 수박의 신호로 본다. 반대로 꼭지가 푸르거나 축축해 보인다면, 수확 후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거나 미숙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꼭지 주변이 매끄럽고 물렁한 경우는 수분이 아직 잔존해 있는 상태로, 장기 보관에 부적합할 뿐만 아니라 과육 자체도 덜 달고 퍼석한 경우가 많다. 더욱이 시중에 유통되는 수박은 수확 시기를 조정해 선출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꼭지의 상태는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연적인 ‘성숙도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