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후에도 투표소에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표소를 오인해 헛걸음을 하거나 생업을 잠시 멈추고 나온 상인, 보행 보조기구를 끌고 온 고령 유권자까지 저마다 이유로 투표장을 찾았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오후 3시께 서울 영등포구 대림제2동주민센터에서는 허리 수술 후 보행 보조기를 끄는 김하자(83·여)씨가 투표를 마치고 나왔다. 계단을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무원의 안내를 받고 1층 임시기표소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김씨는 "중심이 안 잡혀서 걷기도 힘들지만 국민이니까 투표는 해야한다. 투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라며 "새로운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잘 살게 해주면 좋겠고 양심있게 깨끗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피난 시절 겪은 고생을 다시는 안 겪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최모(26)씨는 프리랜서 영상편집 일을 하다 잠시 시간을 내 같은 투표소를 찾았다. 그는 "투표는 제 권리니까 그냥 하려고 왔다"며 "지금보다 더 잘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전했다.
본투표는 주민등록상 주소에 따라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투표소를 잘못 찾아 헛걸음을 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거제에 주소지를 둔 40대 남성은 인근에서 일하다가 대림제2동 투표소를 찾았지만 "거제에서 하셔야 합니다"라는 사무원의 안내에 "거제 가서 하라고요? 안 할랍니다"라며 발길을 돌렸다.
주소지 확인을 위한 QR코드 안내가 곳곳에 있었지만 가족이나 지인끼리도 서로 다른 투표소로 배정돼 혼란을 겪기도 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한 30대 여성은 "집 앞에 아무 데나 가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함께 투표소를 찾은 60대 여성과 조카는 서로 다른 투표소에 배정돼 "같이 왔는데 조카는 저기고 나는 여기다. 매번 바뀌니 귀찮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유권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오전 6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투표 시작 전부터 유권자 5명이 대기했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선택한 후보는 각기 달랐지만, 한목소리로 바란 건 '잘사는 나라'였다. 자영업자 경현식(76)씨는 "사업한 지 50년 됐는데 옛날보다 살기 어렵다"며 "민생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문수옥(54)씨는 "9시 반에 가게 문을 열어야 해서 이른 아침에 왔다"며 "소상공인 입장에서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대선 때 약속했던 일들은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령 유권자들도 같은 바람을 전했다. 설석봉(80)씨는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이 잘 살아야 한다", 전재달(75)씨도 "경제가 발전된 살기 좋은 나라가 소망"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나라가 안정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향리(44)씨와 변동인(49)씨는 "계엄 때 이 동네에 헬기소리가 난리였다. 자다깨서 너무 놀랐다"며 "그걸 겪고 투표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상식적인 나라, 정상적인 나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전국 평균 투표율은 73.9%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투표율이 70%를 넘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본투표는 오후 8시까지 전국 1만4295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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