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전 세계 개체수가 200마리도 안 되는 멸종 위기 아라비아 표범 1쌍을 선물로 받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NYT는 최상위 포식 동물들에 큰 관심을 보이는 트럼프가 표범 기증 소식에 매우 기뻐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다양한 투자를 정리한 자료집의 맨 아래 구석에 “워싱턴에 전시될 ‘멸종 위기 아라비아표범 전용 전시관’의 조성”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사우디가 트럼프 방문을 계기로 표범 한 쌍을 스미소니언에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미 국립 동물원과 박물관을 관장하는 미 스미소니언은 여러 달 동안 아라비아표범 한 쌍을 확보하려 노력해왔다.
표범이 머물 서식지를 새로 지어야하는 등의 이유로 어떤 표범이 언제 미국에 도착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트럼프 임기 안에 미국에 도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 브랜디 스미스 원장에 따르면 트럼프가 표범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각국 대표 및 기업인 등을 맞이한 트럼프가 스미스 소장이 표범 때문에 사우디에 왔다고 말하자 “얼마나 크지요? 뭘 먹나요? 많이 위험한가요?” 등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고, 아들들과 달리 사냥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난히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동물들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해, 그는 유세 중 상어 공격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2015년 유세 기간 중에는 타임지 사진 촬영을 위해 트럼프타워에서 독수리와 포즈를 취했다가 공격당할 뻔 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는 질색하기는커녕 “정말 위험한 새지만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1기 정부 때 트럼프는 미국 남부 국경에 건설하고 싶어 했던 해자에 뱀과 악어를 넣는 방안을 보좌진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또 사나운 것으로 악명 높은 오소리에 매력을 느껴 ‘오소리 주(위스콘신 주)’ 출신인 라인스 프리버스 당시 비서실장에게 오소리가 얼마나 사나운 지를 거듭 물었다고 한다.
아라비아표범도 모든 표범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이지만 사나운 육식동물이다.
아라비아표범은 예술, 역사, 문학, 경전 속에서 거의 신화적인 존재로 묘사돼 왔다. 로마인들은 이 사막 고양이들을 붙잡아 검투사 경기장에서 싸우게 했다.
이 표범은 현재 2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며, 일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호 중이다. 스미소니언은 야생에 남은 개체 가 120마리 정도 일 것으로 추정한다.
사우디에서 마지막으로 야생 개체가 목격된 것은 2014년이었다. 가축 보호를 위해 뿌려둔 독을 넣은 고기를 먹고 숨진 채 발견됐다.
표범이 미국에 도착하면 마오쩌뚱이 판다를 미국에 보낸 이래 가장 주목을 끄는 동물 기증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초기 정치 고문이던 로저 스톤 주니어는 아라비아표범이 “날렵하고, 위험하며, 스타일리시하다”면서 판다보다 더 멋지다고 강조했다.
이 표범들에 대해 가장 흥미를 보인 트럼프 열성 지지자 중 한 사람이 동물권 운동가 캐럴 배스킨 살해 미수 혐의로 최근 21년형을 선고 받은 조셉 말도나도-패시지다.
그는 두바이 왕세자가 개인 동물원을 가지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백악관에 표범을 배치하면 정말 환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도 호랑이를 좋아한다. 트럼프는 왜 안 되나”라고 덧붙였다.
오클라호마에서 사설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호랑이 왕”으로 알려졌던 그는 트럼프가 여러 중죄인들을 사면했다는 소식을 알고 있는 듯 자기를 풀어주면 백악관에서 표범들을 돌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