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플릭스] 이동현 문화예술평론가 = "과정 없는 결과가 없듯이 이유 없는 선택도 없다."
명동 쉘부르에서 언더그라운드 통기타 가수의 첫걸음이 지금까지 줄곧 음악의 길을 걷고 있는 원천이 됐다.
"젊은 시절 때 품은 적대심과 다혈질 성격을 완화하기 위해 우연히 기타와 노래를 접할 수 있었고 어느 곳이든 기타와 노래만 있으면 세상을 아울릴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겨 좋았다"라고 말하며 잃어버린 기억과 슬픔 그리고 기쁨을 소환시킬 수 있는 유일한 리듬적 표현이 음악이고 노래라서 계속 부른다는 가수 이종렬은 60여 년이 넘은 나이에도 울림이 있는 감성의 소리로 감상자의 마음속에 감성의 영혼을 저장시켜준다.
정형화되고 정해져 있는 형식의 무대보다는 더 자연스럽고 감상자와 시나브로 감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무대이면 어디서든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살아 있는 한 음악의 행보는 계속된다. 이제껏 수많은 노래를 불렀지만, 노래로 향한 열정이 식지 않을 만큼 아직도 부를 노래가 넘쳐흐른다.
초창기 때 기성 가수의 노래를 통해 수많은 노래를 익혔고 기술적 연마를 위해 수많은 훈련을 해온 그의 현재의 모습은 포기의 체념이 아닌 달관 된 체념에 도달한 인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르막길의 부담감보다 내리막길의 여유로움이 노랫말의 전달력을 한층 고조시킨다"
젊었을 때의 음악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처럼 지치고 힘겨울 때가 많았다. 목적과 꿈의 달성을 위해 한정된 영역의 범주 안에서 쫒아가는 듯한 행보가 담백하게 시작한 음악의 길을 저해시키는 요인인 것 같아 오히려 불안하고 장애가 있었다.
이에 수없이 거듭나기로 전국을 돌며 공연을 통해 그의 노래를 좋아하고 아울릴 수 있는 팬들과의 호흡으로 인해 음악의 연장선에 놓인 갈림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수 이종렬은 지금은 내리막길에서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을 받으며 노래를 부른다.
전성기 때는 정신적 빈곤의 압박감 그리고 음악적 소통과 유희(遊戲 ) 간의 갈등으로 무대를 잠시 떠난 적도 있지만 그런 역경이 성숙한 소리와 매너를 만들어 지금까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강장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음악은 삶을 고무시키는 커다란 자극제라고 상정한 것도 무대를 떠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 때의 이종렬은 태양의 기운을 받은 새로운 햅쌀처럼 그리고 오르막길을 한없이 오르는 정열이 있었다면, 지금의 가수 이종렬은 달의 기운을 받아 자라나는 보리처럼 한결 익어가는 소리와 내리막길에서의 여유로움과 애틋함이 더한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감상자의 마음을 한없이 후벼판다.
"목표를 지향하는 가치관에서 축적되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중년 가수 이종렬이 되다."
돌고 도는 운동장에서 출발점을 만들어 시작해서 끝 지점에 도달했지만, 다시 원형의 시작점을 알려주는 가수 생활이 좋다. 가수는 끝이 없다. 살아있는 노래가 있는 한 가수는 끝없이 노래를 부른다. 예술가는 죽어도 예술작품은 남듯이 가수 이종렬 자체가 예술작품이 되기 위해 오늘도 무대를 가리지 않고 쌓여있는 노래를 부른다.
많은 음악의 장르가 있지만 본인이 만족하는 음악을 추구할 때의 예민함과 다르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 하는 지금의 음악을 대하는 마음이 담백하고 자유로워서 좋다.
창작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노래도 중요하지만 지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옛 노랫말 속에 담긴 감정표현은 또 다른 예술적 가치의 개념을 말해준다.
기억을 소환하고 슬픔과 기쁨을 표시하는 리듬감 있는 음악에 강렬하면서 부드러운 그의 음색의 조화는 감상자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곤경(困境)과 자의(恣意)적인 풍조의 적대적인 장벽을 파괴하며 감상자와 공동체 일원의 원동력으로 그는 음악이 주는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다.
그의 무대는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그리고 그도 원하지 않는다. 그의 목청과 기타를 원하는 곳이라면 어떤 절차의 조건 없이 한숨에 달려간다. 그리고 예속된 모습이 아닌 축제의 분위기를 만드는 작품이 되려 한다.
그가 던져주는 노래는 밀집된 공간에서 감상자와 함께 도취되고, 고양적 변모(變貌)로 예술가 이종렬이 아닌 예술작품 이종렬이 되어버렸다. 더불어 음악적 가치의 상승이 고조되는 건 당연하다.
이는 그가 단지 무대에서 혼자 만족하고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되려 하지 않고, 관객과 무대 그리고 가수가 삼위일체 되는 행위예술적 음악을 표현하고자 하는 데 있다. 창작곡이든 커버곡이든 상관없이 가수 이종렬 목청으로 되살리는 노래가 좋다. 그리고 원한다.
결국 희망과 모험의 정신이 있었던 시절, 성공된 삶을 위해 도전 속에서 고독과 희열, 사랑과 이별, 성실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삶에는 정답이 없고 성찰과 배려가 전부라고 자문자답하며 그 과정이 곧 성숙한 가수 이종렬이 되어가는 여정이었음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