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가사노동자의 날(16일)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처음 시행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노동권 침해에 놓여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의회와 시민단체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주가사돌봄연대)'는 12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권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필리핀 출신 여성 가사관리사 2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주가사돌봄연대는 지난해 말부터 노동자들과 직접 접촉해 실태를 파악하려 했으나, 중개업체의 통제와 관리로 인해 현장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숙소가 있다는 서울 강남 역삼역 일대를 수차례 찾았지만 노동자를 만나지 못했고, 필리핀 커뮤니티와 종교기관을 통한 접촉 시도도 무산됐다.
실태조사 결과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이 업체 지시에 따라 외부 접촉을 회피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전문성 미활용과 과도한 업무, 고용 불안, 고객평가와 연동된 통제, 성희롱 피해 등 다양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실태조사 발표를 맡은 이미애 제주대학교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4∼5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15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공개하며 "전원이 800시간을 들여 '케어기버' 자격을 취득한 전문 인력임에도, 집안을 청소한 다음에야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하우스키퍼'가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는 아동 돌봄 외에 영어교육, 반려동물 돌봄, 시댁·친정 파견 등 계약 외 업무를 요구받았다고도 밝혔다.
고용 불안정성도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고용노동부는 시범사업 종료 후 취업활동 기간을 1년 연장한다고 밝혔으나, 한 중개업체는 이를 3개월·6개월·1년 단위로 쪼개 적용했다. 실태조사 대상자 중 3개월 계약을 맺었던 노동자 중 한 명은 최근 추가근로계약 비자 연장에 실패해 비자발적 귀환 위기에 놓였다.
노동자들의 체류권이 고객 평점에 연동되는 구조도 지적됐다. 일부 노동자들은 부당한 업무나 대우에 항의할 경우, 고용업체로부터 비자를 근거로 반복적인 위협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성희롱 피해도 조사 과정에서 일부 드러났다. 조사팀은 비당사자와 통역자를 통한 간접 증언으로 최소 4건의 성희롱 의심 사례를 확인했지만, 행정당국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대응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에 대한 관리 감독 부재 지적도 나왔다.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시범 사업이라면 도대체 누가 관리 감독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며 "서울시도 열악하고 위법한 노동환경 개선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공식 상담 창구 마련과 정기 면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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