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획일화된 K팝 시장 뚫어낼까

사진 = 뉴시스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이 신인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를 선보인다. 걸그룹, 보이그룹으로 양분화된 K팝 시장에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업계와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오는 23일 데뷔하는 올데이 프로젝트는 애니, 타잔, 베일리, 우찬, 영서로 구성된 5인조 그룹이다. 국내 음악 시장에서 보기 드문 혼성 구성과 멤버들의 화려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데뷔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2002년생인 멤버 애니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이자, 정유경 신세계그룹 회장의 맏딸이다. 더블랙레이블의 첫 번째 걸그룹 '미야오'(MEOW)의 데뷔조 멤버로 거명됐었으나, 올데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베일리는 2004년생 한국계 미국인으로 샤이니, 레드벨벳 등 다수의 K팝 안무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와 동갑인 타잔은 데뷔 전 모델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국내외 무용 콩쿠르를 휩쓸었다. 그룹 뉴진스과 아이들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2005년생 영서는 걸그룹 '아일릿' 데뷔조 출신이다. 아일릿이 탄생한 오디션 프로그램 '알 유 넥스트'에서 최종 2위를 차지했으나 더블랙레이블에서 데뷔를 확정했다.
또 다른 2005년생 우찬은 2017년 방송된 엠넷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최연소 본선 진출자다. 큐브엔터테인먼트를 거쳐 그룹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 뮤직에서 데뷔를 준비했으며, 이후 더블랙레이블로 소속을 옮겨 올데이 프로젝트 최종 멤버로 선발됐다.
다섯 멤버의 독특한 이력과 배경은 K팝 팬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더블랙레이블이 지난 9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올데이 프로젝트 티저 영상은 공개 사흘 만에 22만 뷰를 돌파했고, 데뷔 싱글 '페이머스'(FAMOUS)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은 조회수 46만회를 뛰어넘었다.
다만 이들이 K팝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혼성그룹은 한때 K팝 시장을 이끌며 큰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은 이들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룰라, 쿨, 샵, 거북이 등 혼성그룹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혼성그룹은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K팝 시장이 걸그룹, 보이그룹 위주로 재편되면서 업계 역시 혼성그룹 제작 비중을 대폭 줄였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혼성그룹은 1998년 데뷔한 '코요태'와 DSP 미디어 소속으로 2017년 활동을 시작한 '카드' 정도다. 올데이 프로젝트는 K팝 업계에서 카드 이후 8년 만에 데뷔한 혼성그룹이다.
K팝의 성장에도 혼성그룹이 설 자리를 잃은 이유로는 팬덤 시장의 특수성, 콘셉트의 한계, 소셜미디어(SNS) 기반의 소비 문화 등이 꼽힌다. 2007년 데뷔한 써니힐은 5인조 혼성그룹으로 출발했지만 유일한 남성 멤버 장현의 탈퇴로 4인조 걸그룹으로 재편됐다가 2인조 걸그룹이 됐다. 데뷔 8년차인 카드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올데이 프로젝트의 프로듀싱을 맡은 테디를 향한 일부 팬들의 원성도 들린다. 테디가 프로듀싱한 걸그룹 미야오와 이즈나가 아직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한 데다 초동 30만 장을 넘기지 못한 상황에서 새 그룹을 선보이는 건 무리라는 판단도 나온다. YG엔터테인먼트 출신인 테디는 2015년 더블랙레이블을 설립해 전소미, 미야오, 이즈나 등의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데이 프로젝트는 혼성그룹이라는 한계를 넘어 대중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성별로 양분화된 K팝 팬덤 구조에서 이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자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포맷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블랙레이블은 공식 SNS에 "이들은 창의적 표현의 경계를 넓히고,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며, 지금껏 없던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이기 위해 모였다"며 일단 대중의 호기심부터 자극했다. 만약 올데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데뷔와 활동을 이어간다면 혼성그룹의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